헌법을 쓰는 시간

헌법을 쓰는 시간

  • 자 :김진한
  • 출판사 :메디치미디어
  • 출판년 :2017-07-1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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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로 변해가는 권력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의 헌법사용설명서



“헌법과 권력에 대한 냉철하고도 시의적절한 분석”



수십 년간 기다려온 헌법 개정의 기회

권력 견제라는 토대 위에서 논의해야



이제 다시 헌법을 쓰는 시간이다. 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시기다. 헌법 전문가인 저자는 개헌 논의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정치인들과 그 영향권 아래에 있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놓는다면 수십 년간 기다려온 기회를 패착으로 날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저자는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정부형태 변경으로 논의가 한정되는 것을 우려한다. 우리가 근원적인 질문, 즉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못했는가?’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자유가 여전히 커다란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과 미국 등에서 강력한 군주의 독단에 맞서 시민의 자유를 확보해온 역사적 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권력의 폭주를 제어하는 과정의 핵심은 권력분립이었음을 밝힌다. 나아가 입법, 집행, 사법 권력이 서로 얽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해온 우리나라의 현실을 여러 사례로 보여주며 그 위험성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저자는 이처럼 헌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 시민들의 자유와 권력의 통제를 실현하는 방법, 민주주의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헌법의 원칙들이라는 틀에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를 천명하는 것만으로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 원칙들을 알고 그 토대 위에서 논의를 펼쳐야 헌법이 자유 보장이라는 제 기능을 하고, 국민들이 마침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헌법재판관들의 ‘감각기관’, 헌법연구관

이제 동료 시민들을 위한 헌법 안내서를 쓰다



지금은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학에서 방문학자로 있는 저자는 1997년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곧바로 헌법재판소에서 12년간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했다. 저자에 따르면 헌법연구관은 헌법재판관들의 ‘감각기관’이다. 연구관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사건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보고서 작성에서 그치지 않고, 보고서 초안을 두고 토론회를 연다. 이는 스스로의 독단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런 저자의 경험은 책의 서술에 그대로 묻어난다. 저자는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며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 헌법과 헌법재판 실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국회 날치기 표결 사건, 공무원 당연퇴직 사건, 학교주변 영화관 금지 사건, 수형자의 선거권 배제 사건,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사건 등에서 새로운 시각과 해결을 제시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단순하게 당위를 주장하지 않고, 헌법에서 도출해낸 원칙들에 의거해 그 당위의 근거를 논리정연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또한 약 3년간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막연한 헌법을 생동감 넘치게 전달해 학생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윤영미 교수에 따르면 저자는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시민을 위한 헌법,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쓰고자 하는 열의를 내비쳤다고 한다.

이 책은 깊고 넓은 공부와 헌법재판소에서의 경험, 무엇보다 시민들이 헌법을 제대로 사용하도록 안내하기 위한 오랜 의지의 산물이다.





권력이 두려워 누구도 하지 못했던

헌법재판과 사법부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



저자의 전문성이 특히 두드러지는 부분은 4부다. 저자는 사법부 내부에서 권력이 두려워 이야기 하지 못하거나, 혹은 처해 있는 입장 때문에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사법부, 특히 헌법재판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고,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부분이다. 독자들은 본래 사법부의 목표인 권력 견제와 권리 구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헌법재판관의 구성과 임명 방법, 임기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예를 들면 지명 권한을 가진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별도의 기구도 만들지 않고 논의도 공개하지 않은 채 추천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현재의 설계는 실질적인 최선의 후보자를 찾는 데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파간 지분 갈라먹기로 임명될 수 있다는 점, 오늘날 헌법재판관 구성이 엘리트 법관들로 획일화되었다는 점 또한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이라는 기관이 아니라 대법원장이 3인의 재판관을 임명한다는 현 제도는 대법원과 관련된 판단을 독립적으로 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고질적인 사법 관료주의를 고착화한다는 문제도 지적한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의 의의를 강조한다. 바로 명령이라기보다 ‘권력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는 것이다. 최상위 규범인 헌법은 그 해석을 통해 사실상 헌법개정과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에 저자는 헌법재판이 제대로 운용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습관처럼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원의 잘못된 법률해석을 교정하고 헌법의 정신을 따르도록 하려면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권력을 제한한다는 헌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법 영역에서 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시민들만이 헌법을 작동시킬 수 있다면

헌법의 구성 원리를 알아야 한다



2016년 가을부터 시민들은 헌법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자유의 헌법을 다시 써내려갔다. 헌법을 쓰는 시간이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광장에서 헌법 조문을 읽고, 우리 개헌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시기 서점에는 헌법을 다룬 책들이 새로, 또는 다시 출간되어 반응을 얻고 있었다. 헌법을 알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헌법의 조문과 개헌의 역사적 과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 주권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헌법의 구성 원리와 그에 따른 실현 방법이다.

우리 헌법은 이미 1948년에 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매해 제헌절에는 이를 기념한다. 그런데도 권력은 헌법을 따르지 않고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그들의 이권을 탐했다. 헌법에는 강제수단이 없으며 저자의 말대로 ‘권력남용의 유혹은 모든 권력이 가진 속성’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헌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헌법은 제정에 의해 존재하는 법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 내용 그대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을 때 비로소 존재하고 효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헌법이 최종적 효력을 국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헌법을 작동시키려면, 광장에 헌법을 써내려간 그때처럼 시민들이 그 내용을 알고 그대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틀로 법치주의 원칙, 민주주의 원칙, 권력분립 원칙, 자유의 원칙들(법률유보 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표현의 자유, 헌법재판제도를 제시한다.

이중에서도 저자는 법치주의 원칙이 가장 잘못 이해되고 있으면서도 모든 헌법 원칙의 총합체라고 말한다. 권력과 복종이 핵심인 법가사상과 달리, 법치주의는 자의나 폭력이 아니라 객관적인 ‘법에 의한 지배’를 뜻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헌법이 어떤 원칙으로 만들어졌는지 살펴본다면 시민들은 헌법을 존재하게 하고 작동시킴은 물론, 자유와 권리 보장이라는 그 제정 목적에 따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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